왜 ‘자전거 친화 도시’인가?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교통 혼잡이라는 도시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지속가능한 교통수단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자전거’가 있다.
자동차에 비해 탄소 배출이 없고, 건강 증진 효과까지 있는 자전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도시의 정체성을 바꾸는 변화의 상징이 되고 있다.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한 여러 도시들은 자전거 중심 도시로 성공적으로 전환했으며, 아시아와 북미 도시들도 점차 이 흐름에 합류하고 있다.
1. 대표적인 자전거 친화 도시 비교
1.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자전거 도시의 아이콘이라 불릴 만큼 전 세계에서 자전거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도시 중 하나다. 시민의 일상에서 자전거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생활 그 자체’다.
- 도시 전체 자전거 도로 길이는 약 400km 이상이며, 전용 신호등과 차로와 분리된 인프라가 잘 마련돼 있다.
- 주거지–학교–직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구조 덕분에 아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안전하게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 암스테르담은 ‘자동차 속도 제한 구역’을 늘리고, 자전거 고속도로(Cycle Superhighways)를 구축하는 등 도심 전체를 사람 중심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2. 코펜하겐 (덴마크)
코펜하겐은 암스테르담과 쌍벽을 이루는 또 다른 자전거 선진도시다. “코펜하겐화(Copenhagenization)”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다른 도시들이 벤치마킹하는 대상이다.
- 전체 통근자의 62%가 자전거로 출퇴근하며, 이는 정책적인 장려와 체계적인 인프라 덕분이다.
- 시내에는 전용 자전거 다리(Cykelslangen)와 같은 상징적인 구조물도 있고, 겨울철에는 자전거 도로 제설을 차도보다 먼저 시행한다.
- 정부는 매년 수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자전거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으며, 전기자전거·화물자전거 보조금까지 지원하고 있다.
3. 베를린 (독일)
베를린은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자전거 도시로 발전 중인 사례다. 자전거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시민들의 관심도 높다.
- 자전거 고속도로(Veloroute) 시범운영과 공유 자전거 시스템(Nextbike, Lime 등)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 도로 설계에서도 자전거와 차량의 공간을 확실히 분리하고, 교차로 안전 설계에 집중하는 모습이 보인다.
- 2030년까지 자전거 교통 비율을 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 아래, 법과 인프라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
4. 도쿄 (일본)
도쿄는 고밀도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그 이유는 짧은 생활반경, 우수한 대중교통 연계, 그리고 생활 속 자전거 문화가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 각 아파트 단지나 상업시설에는 전용 자전거 보관소가 갖춰져 있고, 도난 방지를 위한 관리 시스템도 발달해 있다.
- 최근에는 고령자와 장애인들을 위한 전동 세발자전거도 보급되며, 자전거 접근성을 확대하고 있다.
- 2023년부터는 자전거 헬멧 착용 권고 제도가 도입됐고, 도쿄도는 자전거 교육 강화에 힘쓰고 있다.
5. 몬트리올 (캐나다)
몬트리올은 북미 도시 중 자전거 정책이 가장 선진화된 도시로 꼽힌다.
- 총 1000km 이상의 자전거 도로와 함께, 계절에 따라 자전거 인프라 운영 방식을 다르게 조절한다.
- 특히 BIXI 공유 자전거 시스템은 북미에서 가장 성공적인 공유 모델로 평가받는다.
- 시는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Green Alleys” 프로젝트처럼 차량 도로를 공원과 자전거 도로로 전환하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6. 항저우 (중국)
항저우는 아시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자전거 공유 시스템을 도입한 도시다.
- 2008년부터 시작된 항저우의 공유 자전거 시스템은 현재 8만 대 이상, 이용자는 천만 명 이상에 달한다.
- 모바일 앱을 활용한 QR 대여 시스템은 직관적이며, 대중교통카드와 연동돼 편리성이 뛰어나다.
- 정부는 이용자에게 첫 1시간 무료 이용을 제공하고, 자전거 주차소를 지하철역 옆에 전략적으로 배치했다.
7. 파리 (프랑스)
파리는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급격하게 자전거 도시로 전환된 사례다. 특히 2024년 파리 올림픽을 기점으로 자전거 인프라가 대폭 확대되었다.
- Velib 공유 시스템은 현재 약 2만 대 이상 운영되며, 파리 전역에 걸쳐 정류장이 설치되어 있다.
- 도심 중심도로 중 일부는 차량 진입을 완전히 금지하고 자전거 전용 도로로 전환되었고, 보행자 공간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 파리는 ‘Plan Vélo’ 프로젝트를 통해 약 3억 유로를 자전거 도로 확충과 안전 시스템 개선에 투자하고 있다.
2. 자전거 도시화의 장점과 단점
[장점]
- 탄소중립과 대기질 개선
자전거는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교통수단이다. 자동차의 대체수단으로 자전거가 널리 보급되면, 도시의 대기질이 개선되고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 시민 건강 증진
자전거 이용은 자연스러운 유산소 운동이 되어 심혈관 질환, 비만, 당뇨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의료비 절감과 생산성 증가로 이어진다. - 교통 혼잡 해소와 공간 효율성
자전거는 공간을 덜 차지하며, 도심 내 짧은 거리 이동에 효과적이다. 이는 자동차 중심 도시에서 자주 발생하는 교통체증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 - 도시 이미지 및 관광 활성화
자전거 도시라는 정체성은 도시 브랜드에 긍정적 영향을 주며, 관광객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간다. 실제로 많은 유럽 도시는 자전거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관광을 활성화하고 있다.
[단점]
- 기후·계절 영향
폭염, 강우, 폭설 등 날씨에 따라 자전거 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자전거 이용률이 기상 조건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은 정책 추진 시 고려되어야 한다. - 보행자 및 차량과의 충돌 위험
자전거 도로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았을 경우, 보행자나 차량과의 사고 위험이 커진다. 특히 자전거 속도를 통제하기 어려운 교차로에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 주차·보관 문제
도심에서는 자전거를 안전하게 주차할 공간이 부족하고, 도난 문제가 심각하다. 주차 인프라가 부족하면 결국 이용률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사회적 수용성과 인식 부족
일부 도시에서는 여전히 자전거가 ‘보조 교통수단’으로 인식되며, 자동차 우선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다. 자전거 이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문화적 전환도 함께 필요하다.
3. 앞으로의 개선 방향
- 자전거 + 대중교통 연계 강화
자전거와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환승 시스템이 필요하다. 자전거 주차장이 있는 환승센터, 자전거 실을 수 있는 전동차 등 통합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 기후 대응형 인프라 구축
우천 시에도 미끄럽지 않은 노면, 여름철 햇빛을 피할 수 있는 그늘막과 쉼터, 겨울철 자동 제설 시스템 도입 등은 장기적인 투자 가치가 크다. - 안전한 도로 설계와 시민 교육
보행자·차량과의 분리뿐 아니라, 자전거 전용 신호체계, 속도 조절 구간, 초보자 교육 프로그램 등의 도입이 중요하다. - 스마트 자전거 관리 시스템
AI 기반 CCTV를 통한 도난 방지, IoT 기반 스마트 자전거 주차장, QR 코드 공유 시스템 등 기술과 자전거 인프라의 융합이 요구된다. - 정책의 포용성과 문화적 확산
자전거 정책은 단순한 교통정책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이동권·환경권과 연결되는 정책으로 접근해야 하며, 시민의 공감과 참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결론 – 자전거는 도시의 미래를 바꾼다
자전거 친화 도시는 더 이상 유럽 일부 선진 도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 세계 도시들이 경쟁적으로 자전거 중심 교통정책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유행이 아닌 도시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자전거를 중심에 둔 교통 시스템은 환경, 건강, 경제, 도시 이미지를 모두 향상시킬 수 있다. 한국 역시 서울, 부산, 세종 등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 세계적인 수준과는 간극이 존재한다.
이제는 자전거를 ‘보조 교통수단’이 아닌, 도시의 주인공으로 재조명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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