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충전으로 400km? 상하이에서 본 중국 EV의 현재

2025년 상하이 모터쇼는 단순한 자동차 전시회를 넘어, 중국 전기차(EV) 산업의 놀라운 진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습니다. 특히 올해는 “품질과 기술, 그리고 철학까지 진화한 중국 전기차”를 선명하게 보여주며, 많은 글로벌 관람객과 전문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1. 기술을 품은 배터리: 중국의 배터리 경쟁력은 어디까지 왔는가?

중국 전기차 산업의 저력은 단순히 저렴한 생산비용에 있지 않습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배터리 기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는 CATLBYD는 자국 내 EV 생산에 안정적이고 혁신적인 배터리를 공급하며, 글로벌 브랜드와의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습니다.

BYD가 자랑하는 ‘블레이드 배터리’는 긴 수명, 고안전성, 효율적인 공간 활용으로 이미 글로벌 브랜드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5분 충전으로 400km 주행이 가능한 차세대 배터리 기술도 공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또한 CATL은 나트륨이온(Sodium-ion) 배터리 상용화를 선언하며, 희귀 금속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저온 환경에서도 높은 성능을 유지하는 솔루션을 제시했습니다. 전고체 배터리 개발도 국가 주도로 빠르게 추진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기술적 우위를 지속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2. 글로벌 무대에서의 도약: '수출'을 넘어 '현지화 전략'으로

중국 EV 기업들은 단순한 수출 중심 전략에서 벗어나, ‘현지 생산과 판매’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글로벌 전략을 실행 중입니다. BYD는 이미 유럽에서 전기버스 시장을 선점하고 있으며, 승용차 생산 공장도 유럽 현지에 설립 중입니다. MG는 영국 브랜드를 인수해 유럽 시장에 재진출하여, 현지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외에도 XPeng, NIO, Leapmotor 등은 유럽 및 동남아, 남미 지역에 맞춤형 모델을 출시하며 브랜드 다변화에 나서고 있으며, 단지 ‘저렴한 차’가 아닌 ‘기술 기반의 프리미엄 전기차’로 포지셔닝하려는 전략이 돋보입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전기차 수출 확대를 위해 국제 표준 충전 규격 참여, 현지 인증 간소화, 외교적 지원까지 병행하고 있어, EV 산업은 이제 국가 산업 전략의 핵심 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3. XPeng, LiDAR 없는 자율주행 선언: 테슬라와 같은 길 위에 서다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 가장 인상 깊은 순간 중 하나는 XPeng의 자율주행 전략 전환 발표였습니다. 그동안 적극적으로 LiDAR 기반 자율주행을 추진해오던 XPeng은, 이제 “카메라 기반 비전 시스템(vision-only)”으로 방향을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테슬라가 일찍이 선택했던 전략과 일치하며, 센서 중심의 복잡한 하드웨어 대신 AI 기반 소프트웨어 처리 능력의 진화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XPeng은 “LiDAR 없이도 고도화된 자율주행을 구현할 수 있을 만큼의 비전 인식 능력을 확보했다”고 밝히며, 비용 절감차량 설계 유연성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이득이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안전성 면에서 LiDAR를 고수하는 브랜드들도 존재하지만, XPeng의 결정은 중국 EV 업계가 하드웨어 의존을 넘어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스마트카 시대로 도약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4. 주목해야 할 중국의 전기차 스타 플레이어들

상하이 모터쇼는 기존 강자뿐 아니라, 새롭게 급부상 중인 브랜드들의 무대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아래의 브랜드들은 향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 Li Auto (리오토): 하이브리드 기반의 ‘장거리 + 도심형’ EV로 중국 중산층에게 인기. 대가족 문화와 여행 수요에 맞춘 SUV 중심 포트폴리오로 2024년 SUV 판매 3위를 기록했습니다.
  • Leapmotor (리프모터): 실속형 EV를 넘어 자체 칩셋, AI 기반 ADAS 기술을 내장한 모델 출시. Stellantis 그룹과 협력해 유럽 진출을 본격화하며 브랜드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 Avatr (아바타): 화웨이, CATL, 창안차의 기술이 결합된 프리미엄 EV 브랜드. 스마트폰과의 연동, 자율주행, 고성능 배터리까지 통합된 ‘차세대 스마트카’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Zeekr (지커): Geely의 프리미엄 브랜드. 북유럽 등 유럽 시장 공략과 함께 고성능 스포츠 EV, 패밀리 SUV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며 고급 전기차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5. 자동차가 아닌, ‘스마트 디바이스’를 만든다

중국의 주요 EV 브랜드는 더 이상 자동차 제조사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들은 자사의 차량을 하나의 “지능형 스마트 디바이스”로 정의하고 있으며, 이는 마케팅이 아닌 실제 사용자 경험으로 체감되고 있습니다.

  • OTA 업데이트를 통해 소프트웨어 성능 지속 개선
  • AI 음성비서 및 내비게이션 연동 기능 탑재
  • 차량 상태 원격 확인 및 원격 주차 등 IoT 기능 강화
  • 완전자율 주차 및 자동 출차 등 실사용 기반 기술 구현

XPeng의 XNGP는 고정된 정밀지도 없이도 AI 학습 기반의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화웨이의 HarmonyOS 기반 AITO 차량은 차량과 스마트폰, 홈 IoT 기기까지 완전한 연결을 통해 **‘움직이는 스마트허브’**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6. 중국 전기차가 무서운 이유, 단지 기술이 아니다

중국 EV 산업이 전 세계를 놀라게 하는 이유는 단지 기술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성장은 치밀한 정책 설계, 거대한 시장 구조, 그리고 유기적인 산업 생태계의 조화 속에서 탄생한 결과입니다.

  1. 국가 주도의 강력한 지원: 세금 감면, 번호판 우선 발급, 공공 충전소 지원 등 실질적인 소비자 인센티브 제공.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적극적인 정책이 시장 형성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2. 완전한 공급망 내재화: 배터리, 반도체, ECU, 차량용 OS까지 대부분 자국 생산이 가능하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상황에서 안정적 생산과 가격 경쟁력 유지에 결정적입니다.
  3. 고객 피드백 기반의 민첩한 개발 사이클: 중국 EV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빠르게 OTA에 반영함으로써 차량 출시 후에도 지속적인 진화를 이끌어냅니다. 이 속도는 기존 자동차 업계에서는 보기 어려운 유연성을 보여줍니다.

이 모든 요소가 맞물려 중국 EV 산업은 단순한 기술 기업을 넘어, 완성형 산업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맺으며: 더 이상 '저렴한 차'가 아닌 '기술 강국의 EV'

2025 상하이 모터쇼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합니다. 중국 전기차는 이제 단순한 ‘가성비’의 대명사가 아닌, 기술적 경쟁력과 글로벌 전략을 갖춘 미래 모빌리티 리더라는 점입니다. XPeng의 자율주행 선언, BYD의 초급속 충전 기술, CATL의 배터리 혁신은 모두 이 변화의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 EV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 시장을 흔들지, 또 이에 맞서 글로벌 브랜드들은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우리는 매우 흥미로운 경쟁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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