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전기차 전략 시리즈] #2 — BMW, CLAR과 Neue Klasse로 미래를 나누다

[BMW 전기차 전략 시리즈] #2 — BMW, CLAR과 Neue Klasse로 미래를 나누다

BMW의 전기차 전략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 독특한 점이 눈에 띈다. 바로 CLAR 플랫폼과 Neue Klasse 플랫폼이라는 두 가지 기술 기반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통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를 하나의 아키텍처에 통합하는 브랜드도 많은 상황에서, BMW는 왜 이처럼 이원화된 전략을 고수하는 걸까?

이번 글에서는 BMW의 이중 플랫폼 전략의 배경과 구조, 장단점을 해부하고, 전기차 시장에서 BMW가 어떤 전략적 계산을 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CLAR: BMW 전통의 유연한 확장

CLAR(Cluster Architecture)는 BMW가 2015년부터 도입한 모듈형 차량 플랫폼이다. 후륜 기반 설계를 기본으로 하며, 내연기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그리고 전기차(BEV)까지 모두 대응할 수 있는 멀티 파워트레인 플랫폼이다.

현재 판매 중인 전기차인 i4, i5, i7은 모두 이 CLAR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즉, 내연기관 모델과 동일한 차체 구조를 공유하면서, 파워트레인만 전기화한 것이다.

  • 장점: 생산 유연성 확보, 생산 비용 절감, 기존 제조 인프라 활용 가능
  • 단점: 전기차에 최적화된 구조는 아님. 무게, 공간 효율, 열관리 등에서 한계 존재

CLAR 기반의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공존’ 시대에 적합한 해법이었다. 하지만 완전한 전기차 전환을 준비하는 데에는 기술적 한계가 분명했다.


Neue Klasse: BMW 전기차의 미래 플랫폼

2025년부터 양산이 시작될 Neue Klasse(노이에 클라쎄)는 BMW가 전기차 전용으로 설계한 새로운 아키텍처다. 이름은 1960년대 BMW의 중흥을 이끈 전설적인 세단 라인업에서 따온 것으로, 전기차 시대의 새로운 기준을 선언하는 의미도 담고 있다.

Neue Klasse는 단지 플랫폼 하나를 뜻하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 소프트웨어, 파워트레인, 디지털 UX, 배터리 기술까지 완전히 새롭게 정의된 종합 전략이다.

  • 완전한 전기차 최적화 구조: 평평한 플로어, 더 얇은 배터리 팩, 향상된 공력 성능
  • 6세대 eDrive 시스템: 고효율 모터와 고집적 인버터로 주행거리와 성능 향상
  • Neue Klasse 디지털 스택: 새로운 OS와 HUD 기반의 디지털 인터페이스

BMW는 Neue Klasse를 통해 테슬라, 현대차, 폭스바겐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앞서 도입한 브랜드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하려 한다.


왜 지금은 두 플랫폼을 병행하는가?

많은 소비자들이 의문을 갖는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있다면, 왜 굳이 CLAR 기반 전기차를 계속 내놓는가?”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1. 시장 전환 속도 차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은 지역별·세그먼트별로 속도가 다르다. BMW는 전 세계 시장을 포괄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모든 소비자가 전기차로 바로 이동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2. 생산 효율성과 리스크 분산
    CLAR 기반 모델은 기존 공장에서 곧바로 생산이 가능하다. Neue Klasse는 새로운 제조라인 구축이 필요하며, 초기 비용과 리스크가 크다.
  3. 기술 전환의 유연성 확보
    Neue Klasse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CLAR 플랫폼으로 시장 테스트 및 기술 정립을 병행하며 전환 시점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i 시리즈는 이 전략의 시험장이자 전환점

앞서 본 것처럼 i3, i4, i5, i7 등은 CLAR 플랫폼 기반에서 전기차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앞으로 등장할 Neue Klasse 기반의 i3, iX3, iX4 등은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구성된다.

즉, i 시리즈는 플랫폼 이원화의 최전선에 있는 셈이다. 같은 이름(i3)이라도 CLAR와 Neue Klasse의 기술적 철학은 전혀 다르며, 이로 인해 i 시리즈의 정체성과 메시지도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

BMW는 향후 Neue Klasse가 전기차 라인업의 중심이 되더라도, CLAR 기반의 일부 하이브리드 및 내연기관 모델은 병행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BMW가 단일 해법보다는 다층적 전략을 선호한다는 브랜드 철학을 반영한다.


플랫폼 이원화의 미래는?

BMW는 2025년 이후를 기점으로 Neue Klasse 모델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지만 완전한 전환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2030년대 중반까지는 CLAR와 Neue Klasse가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소비자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도 있다. 전통적 BMW 감성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CLAR 기반이, 최신 전기차 기술을 체험하고 싶은 고객에게는 Neue Klasse가 답이 될 수 있다.


결론: 이중 전략은 위험인가, 기회인가?

BMW의 플랫폼 이원화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길일 수 있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와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유연성을 확보한 다중 경로 전략은 장기적으로 안정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선택이 될 수 있다.

BMW는 CLAR과 Neue Klasse라는 두 축을 통해 ‘현재의 BMW’와 ‘미래의 BMW’를 동시에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 정체성과 시장 전략의 문제이기도 하다.

변화는 혼란을 낳지만, 그 혼란 속에서도 일관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브랜드의 힘이 될 것이다.


다음 편 예고: Neue Klasse는 테슬라를 이길 수 있을까?

BMW는 Neue Klasse를 통해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가 점유하고 있는 기술 우위, 브랜드 이미지,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벽이 아니다.

다음 편에서는 BMW Neue Klasse와 테슬라 플랫폼의 기술 비교, 브랜드 전환 전략, 그리고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기반 경쟁력에 대해 본격적으로 분석한다.

[BMW 전기차 전략 시리즈 #3 – “BMW는 테슬라를 이길 수 있을까?”]
곧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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