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철마가 도시를 바꾸다: 강동구 트램의 미래

조용한 철마가 도시를 바꾸다: 강동구 트램의 미래

서울 강동구에서 추진 중인 트램 설치 사업이 점차 구체화되면서, 시민들과 도시계획 전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강동구는 오랜 기간 상대적으로 교통 인프라가 부족했던 지역으로, 9호선과 5호선이 일부 연결되어 있음에도 여전히 동서 간 연결성 부족, 출퇴근 교통 혼잡 문제가 존재해 왔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시와 강동구는 트램 도입을 통해 도시 전체의 교통 구조를 재편하고, 친환경 교통 중심의 도시 재생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트램이 대중화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왜 굳이 트램인가?”, “전기버스도 있는데?”와 같은 의문을 가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트램 도입이 가지는 도시적 의미, 장단점, 그리고 강동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트램이란 무엇인가?

트램(Tram)은 흔히 '노면전차'라고도 불리며, 지상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전기로 운행되는 교통수단입니다.

지하철처럼 깊은 공사가 필요 없고, 버스처럼 자유로운 노선 변경은 어렵지만 정해진 구간을 정시성 있게 오가는 교통수단이죠.

특히 트램은 전기로 움직이는 친환경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대기오염이나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 세련된 디자인 덕분에 도시 이미지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전기버스 vs 트램, 무엇이 다른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점 중 하나는 "요즘은 전기버스도 좋은데, 왜 굳이 트램을 깔아야 할까?"라는 질문입니다.

사실 전기버스는 초기 투자비용이 낮고 유연하게 노선을 변경할 수 있어 소규모 수요 대응에 적합합니다.

그러나 트램은 몇 가지 전기버스가 갖기 어려운 강점을 가집니다:

  • 고정된 노선이 주는 신뢰감: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서 정시 운행되므로 시민들이 예측 가능성을 느끼고 신뢰합니다.
  • 수송 능력의 우위: 전기버스 1대가 약 60~70명을 태울 수 있는 반면, 트램 한 편성은 최대 200명 이상 수송이 가능합니다.
  • 배터리 문제 없음: 전기버스는 수년마다 배터리 교체 비용이 발생하지만, 트램은 전력선 연결 방식으로 별도 교체 필요가 없습니다.
  • 도시재생 및 도시경관 개선 효과: 트램은 도입과 함께 보도 정비, 녹지 조성, 거리 정비 등과 결합되며 도시재생 효과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

트램이 가져오는 도시재생 효과

트램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도시의 공간 구조와 기능을 재편하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1. 보행 중심의 도시로 전환

트램은 도심의 지상에서 운행되며, 차량 속도를 줄이고 보행자를 중심으로 한 도시 공간 재구성을 유도합니다. 트램 정류장 중심으로 광장, 카페거리, 문화 공간 등이 생겨나면서 사람이 머무는 거리가 만들어집니다.

2. 지역 상권 활성화

트램은 일정 간격으로만 정차하기 때문에, 정류장 주변에 유동인구가 집중됩니다. 이는 자연스럽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며, 점포 가치와 지역경제가 동반 상승하게 됩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독일 프라이부르크 등은 트램 도입 이후 구도심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3. 주거지 가치 상승

트램이 연결된 지역은 대중교통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주거 선호도가 상승합니다. 특히 강동구의 고덕, 강일처럼 신도시 개발이 예정된 지역에서는 트램 노선이 부동산 가치와 직결되며, 장기적으로 도시 균형 발전에도 도움이 됩니다.

차량 통행량 감소의 이유

트램이 설치되면 자가용 이용자들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트램은 정시성이 높아 차량보다 시간 관리가 용이하고, 정체 없는 노선 운행으로 예측 가능한 이동이 가능해 자가용 이용 유인을 떨어뜨립니다.
  • 트램 도입과 함께 차량 진입 제한, 보행 공간 확대, 주차 공간 축소 등이 병행되면서 자가용 이용이 불편해집니다.
  • 트램과 도보의 연계로 단거리 차량 운행 수요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트램의 단점과 과제

트램이 가진 몇 가지 단점과 해결 과제도 존재합니다:

  • 초기 건설비와 공사 불편: 레일 설치, 전력선 구축 등으로 인해 공사 기간이 길고, 그 동안 도로 혼잡과 소음, 민원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노선 유연성 부족: 사고나 공사 등으로 노선이 막힐 경우 버스처럼 우회가 어렵습니다.
  • 차로 축소 및 차량 혼재 문제: 트램 도입 시 기존 도로를 차지하기 때문에, 차량 정체가 오히려 심해질 수 있습니다.
  • 수요 예측 실패 위험: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곳에 트램을 도입하면 막대한 적자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시민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강동구 트램, 서울 교통의 새로운 시작?

서울 강동구는 현재 도시 확장성과 교통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지역입니다. 이 지역에 트램을 도입한다는 것은 단순히 대중교통 수단 하나를 추가하는 게 아니라, 지역 발전의 방향성과 도시 미래상을 제시하는 정책입니다.

트램이 성공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존 교통수단과의 연계, 보행자 중심 도시 설계, 주민 수용성 확보, 그리고 장기적인 교통 비전이 함께 필요합니다.

마무리하며

트램은 단순히 ‘전차’를 넘어서는 도시의 기획 도구입니다. 서울 강동구의 트램이 성공한다면, 이는 다른 자치구로의 확산은 물론, 서울 전체의 도시 교통 모델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서울이 사람 중심, 친환경 중심의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이 ‘조용한 철마’가 깔아갈 선로가 가장 강력한 첫 걸음이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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